더 이상 소녀가 아닌 19살의 앨리스(미아 와시코우스카 분)가 어쩌다 본의 아니게 또다시 들어간 이상한 나라는 예전에 겪었던 그 이상한 나라가 아니다. 십여년 전 홀연히 앨리스가 사라진 후 이상한 나라는 독재자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이 그녀 특유의 공포 정치로 통치하고 있었던 것. 물론 하얀 토끼와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쌍둥이, 겨울잠 쥐, 애벌레와 음흉하게 웃어대는 체셔 고양이 그리고 미친 모자장수(조니 뎁 분)는 붉은 여왕의 공포 정치 속에서도 정신없는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고 있다. 마치 어제 헤어진 친구를 오늘 다시 만난 듯 앨리스의 귀환(?)을 대환영하는 미친 모자장수와 그 친구들. 손가락만큼 작아져버린 앨리스는 모자장수의 정신없는 환대와 붉은 여왕의 공포 정치를 뚫고 이번에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거, 누구를 위한 영화?
4차원 소녀 캐릭터,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이 영화의 유일한 미덕이라면 역시 3D 영화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입체감으로 '이상한 나라'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빅 피쉬>에서 본 희한하게 가지를 뻗은 나무들과 같이 팀 버튼의 몇몇 영화 속에서 본 듯한 그림을 묘하게 닮은 비주얼을 목격하는 재미 등이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영화 속 '이상한 나라'는 이미 경험한 <아바타>가 보여준 제 3세계 '판도라'의 느낌에 미치지 못해 상대적으로 시시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바타>보다 먼저 개봉했다면 훨씬 재밌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굳이 3D로 보지 않아도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내가 팀 버튼의 동화적 감성에서 이제 멀어져 버린 것인가. 하긴, 내가 좋아하는 팀 버튼의 영화는 <빅 피쉬>의 무용담보다는 차라리 <스위니 토드-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의 우울함 쪽이었으니까. 또 성장기의 여자 아이들이 겪는 모험 이야기나 판타지 영화를 보더라도 <문 프린세스> 같이 공주같은 레이스 드레스 입고서 용케 숲속을 달리고 뒹구는 쪽보다는 <판의 미로>처럼 냉혹한 현실과 환상을 동시에 마주해야 하는 처절함 속에 놓인 소녀 쪽에 훨씬 공감이 가곤 했으니까.
하지만 이상한 악몽을 반복해 꾸며 '내가 미친 걸까요?'라고 묻는 어린 딸에게 '그런 것 같구나. 하지만 훌륭한 사람은 언제나 미쳐 있었단다'라고 말해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그리고 하루에 여섯 가지씩 불가능한 일을 상상하는 습관은 나 역시 따라해 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제안이다. 물론 내가 불가능한 일을 상상한대봤자 그 내용은 주로 남자나 금전이나 피부나 일이나 몸매에 관한 것이 될 것이지 '말을 하는 짐승'이라거나 '난 용을 죽일 수 있다' 따위일 리는 없겠지만. ..
문제는 역시 내게 있다. 어른들에게도 잃어버린 동심을 찾을 기회를 주는 팀 버튼의 영화가 좋았는데 이번 영화는 팀 버튼이 동화 속에 머물기 위해 지나치게 어른들을 유아틱하게, 비호감으로 그려놓았다는 것이 서운했던 듯.
조니 뎁 이야기
조니 뎁,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그에 대한 감상. 흰 얼굴에 컬러 렌즈, 붉은 파마 머리, 우스꽝스러운 랩이나 춤으로 무장한 광대같은 모습보다는 역시 <퍼블릭 에너미>의 완전 마초(이 역시 심하게 과장되어 있는 캐릭터이긴 하다만...)로 등장할 때가 훨씬 섹시한 듯. 하긴 이런 망측한 모자장수 캐릭터를 그보다 덜 거부감을 주며 소화할 수 있는 배우도 없겠다만... (그는 앨리스를 사랑했던 걸까. 사실 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앨리스가 더 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큰 배를 타고 떠날 때 갑판 위에서 조니 뎁을 닮은 젊은 선원이라도 등장해 둘이 만나게 된다면 좀 좋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끝까지 팀 버튼은 동심을 강요하는 결말로 심심하게 영화를 끝내 버린 것이다. ... 생각할 수록 서운하네.)
분명 뛰어나고 재미있는 영화지만 기대에는 살짝 못 미치기도 하는 영화. 폐허로 변해버린 동화세계보다는 이제는 팀 버튼이 잔혹하고 우울하면서도 심미적인 런던으로 다시 돌아와주길.
사설 1. 이건 영화 스틸을 살펴보다가 발견한 사진인데 영화 OST에 참여한 에이브릴 라빈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일명 '미치광이 3총사'의 티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인데 검정 드레스에 진한 아이메이크업, 금발 머리가 또 하나의 개성있는 앨리스 캐릭터로서 완벽해 보인다. 이런 캐릭터를 살린 앨리스의 외전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듯. 팀 버튼의 앨리스라면 이 정도는 되어 줘야 했던 거 아닐까. (내가 그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설 2. 사실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사람보다 때론 동물이 더 낫다'는 점이다. 애벌레 하나의 목숨마저 소중히 여기는 앨리스가 결국 괴물의 목을 베는 여전사가 되는 것도, 자기는 '살생'을 하지 않기 때문에 괴물을 무찌르는 전사가 될 수 없다며 앨리스에게 그 역할을 미루는 흰 여왕도 얄밉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 이 슬픈 눈을 한 '개'는 붉은 여왕의 폭정에 괴로워 하면서도 처자식을 위해 주어진 임무를 다 하는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
소녀 등장 판타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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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구글 메인에도 이런 노출 영역이 있었군효! 신기~ ㅎㅎ (20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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꺅 저도 마지막에 조니뎁 선원 상상하고 아쉬워했었지말입니다!
아힛, 우리 다 어쩜 다크써클마저 시크한 잭 스패로우를 상상했던 건 아닐까요 ㅋㅋ
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티스토리 메인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혹시 노출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tistoryblog@hanmail.net 메일을 통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
에이브릴 라빈같은 섹시하면서도 소녀같은 느낌의 검은 드레스의 앨리스가
더 팀 버튼 스러운 느낌인데요~ +_+
앨리스의 꿋꿋한 모습은 멋졌는데, 이래 저래 좀 아쉬움이 많았어요...
문제는 팀 버튼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였군요. ㅎㅎ 팀 버튼도 이제 나이를 먹은 걸까요. 아니면 어린 연령대의 관객층을 노리고 싶었던 걸까요. ;; 암튼 역시 아쉽다는 평이 전반적으로 우세하네요. ㅋ
저도, 팀버튼의 이상한 나라 앨리스를 보고서 좀 실망했는데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자주 놀러올게요!
이렇게 만장일치로 팀버튼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던 경우는 드물었던 듯. ㅋㅋ
그래도 여전히 다음 영화는 기다리게 된다죠~
반갑습니다. 또 봬요 ^^
날카로운 지적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보고나서 이게 뭥미! 하고 허탈한 감정을 금할수 없었어요.
머리큰 여왕도 도데체 왜 나쁘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덕적인 기준도 너무나 애매하구요.
아무리 디즈니에서 투자를 받았기로서니. 이렇게 색빠진 팀버튼 작품은 처음입니다.
맨 앞에 디즈니사 로고 3D가 가장 좋았습니다.
시원하게 풀어주어 감사합니다.
아.. 정말 생각해 보니 복병은 '디즈니'였군요.
아이들의 꿈과 환상을 대변하는 디즈니의 입맛이 고려될 수 밖에 없었을 거라는 짐작이 가능한..
'왕대구빡 주거라'는 정말 슬픈 슬로건이었어요 ;;
'팀버튼스러움'에 대해 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댓글 감사해요~ ^^
이름 2010/05/07 2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전 아바타3D보다는 앨리스의 3D가 좋더라구요. 아바타가 전하는 메세지는 초토의 어떤것, 이나 원시의 어떤것이었는데 표현하는건 화려한 3D구나. 해서 좀 꽁기꽁기 했어서 그런거 였나봐요. 어쨌든 전체적으로 앨리스의 평에는 약간 음침한 동화나라의 배경은 좋았는데 팀버튼 스럽지 못했고 조금 실망스럽다 정도 되나봐요. 물론, 원래 멋진사람은 미쳐있는거야 라는 대사도 긍정적인 평이 더 많았던듯. 항상 너무 잘 보고 있구요. 영화도 좋아하고 영화 리뷰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덧글 남기는건 여기가 처음이에요 항상 잘 보고 가요. 그리고 리뷰가 너무 와닿아서 이제 부터는 아직 안본영화는 피해서 보려구요 ㅋㅋㅋㅋ
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가능하면 영화를 보기 전에 다른 사람이 쓴 리뷰는 가능하면 안 보는 편이에요.
그 사람의 주관적 평을 읽고 나면 아무래도 영화를 볼 때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온전하게 감상하기가 힘들더라구요.
물론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는 사람들이 쓴 것도 보고, 평론가들이 쓴 것도 보곤 하는데 그러면 아.. 이렇게 다른 관점이 존재하는구나 하는 재미가 더 큰 것 같아요.
암튼 감사하고 앞으로 자주 들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