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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도 못 견뎠을 장장18년을 탑 안에서만 지낸 끈기만점의 소녀 라푼젤. 어느 날 자신의 탑에 침입한 왕국 최고의 대도를 한방에 때려잡는다. 그리고 그를 협박해 꿈에도 그리던 집밖으로의 모험을 단행한다. 과잉보호 모친의 영향으로 세상을 험난한 곳으로만 상상하던 라푼젤. 그런 그녀 앞에 군기 빡 쎈 왕실 경비마 맥시머스의 추격, 라이더에게 복수의 칼날을 가는 스태빙턴 형제의 위협, 라푼젤의 가짜 엄마 고델의 무서운 음모 등이 얽히고 설켜 점점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터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세상물정 깜깜한 우리의 라푼젤은 자신 앞에 펼쳐진 스릴 넘치는 세상을 맘껏 즐기는데...

 오! 디즈니!!

너무 오랜만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봤다.

아! 바로 이런 것이었지! 애니메이션이 결코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깨우쳐 주는 디즈니 특유의 비주얼과 디테일!!
내가 최근에 접한 라푼젤의 캐릭터는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시리즈에 등장한 성인 버전의 이야기에서였다. 하지만 오늘 본 애니메이션에서의 라푼젤은 디즈니가 사랑해 마지 않는 '공주'라는 특권계층에 대한 로망과 '그 후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더래요'로 끝나는 엔딩이 결합된 '동화'의 결정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에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드는 디즈니의 능력은 '동화'가 가진 상투적인 플롯 따위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여실히 증명해 보인다. 
세상에,
이렇게나 발랄하고 유머러스하며 단순 무구하고 막무가내로 아름다울 수가!!!


순수함과 대담함(!)을 동시에 갖춘 요즘 공주들. 입체적이긴 하지만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적당한 불량기,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한 남자, 분명 매력 있긴 하지 ㅋ



역시 뻔하지만

디즈니나 픽사의 작품(물론 이들은 하나이기도, 둘이기도 하다;;)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은 영화를 보고 나서 작품 자체에 대한 감동이나 비평을 하기보다 디즈니와 픽사라는 집단의 '두뇌'와 '손'에 대해 경외심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스토리의 측면에서도 디즈니의 영화는 기존의 관습을 반복하거나 전복하는 방식을 혼합함으로써 익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수없이 리메이크된 '라푼젤' 캐릭터도 디즈니라는 왕국에서 재탄생되면서 결국은 공주라는 (뻔한) 출신 배경을 갖게 되었고, 18세라는 나이를 기점으로 더 넓은 세상에 나가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소녀의 이미지는 <인어공주>를 재탕한 느낌이 강하다. 영악하고 간사한 계모의 이미지 뿐만 아니라 도둑에 불과했던 남자 주인공이 잘 생긴 외모 덕에 여자 잘 만나 팔자를 고치는 역할을 갖게 된다는 점(물론 그동안 동화 속에서 외모를 통한 신분상승은 주로 여자들에게 맡겨진 역할이었지만) 역시 사실 새로울 거라곤 없다. 게다가 이번에 라푼젤은 갓난아이 때의 기억을 기적처럼 떠올려 자기가 공주라는 사실을 알아내는데, 이건 솔직히 클라이막스를 안이하게 풀어가려고 만든 제작진의 무리수인 듯 ;;


디즈니의 필살기

이렇게 주요 인물들이 평이하고 몰개성하며 별다른 고민없이 만들어진 듯한 느낌을 주는 데 반해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요소들은 따로 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웃음 준 캐릭터는 바로 궁정의 '말' 맥시머스. 말인지 개인지 사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이 말은 백마 탄 '왕자'가 아닌 '백마' 그 자체로 미친 존재감을 뽐낸다. 라푼젤의 애완 카멜레온도 귀엽지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술취한 큐피드 할아버지. ;; 능글능글한 미소와 몸매, 눈썹의 움직임 등 아이들은 알아채기 힘든 그 어떤 우스운 느낌을 전달해 주는 인물이랄까.

아.. 정말 남자 주인공보다 더 믿음직스런 이런 말,

키우고 싶다 ㅋ



그리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뮤지컬 요소. 손발이 오글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코끝이 찡해지고 마음이 한없이 너그러워 지는 기분을 안겨주는 건 변함없다. 특히 3D 애니메이션의 묘미까지 결합된 몇몇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궁중의 병사들로부터 탈출할 때 둑이 터져 물이 쏟아지는 장면도 그렇지만 유진과 라푼젤이 등불을 보기 위해 배를 타고 호수 위에서 듀엣 곡을 부를 때의 그 로맨틱함이란... 수 천 수 만 개의 등불이 날아 오르고 그 중에서도 둘이 띄워 올린 등불 두 개가 눈 앞에서 (입체적으로!) 아른거리는 느낌은 그야말로 황홀하다. (이 대목에선 주책스럽게도 눈물이.. ㅠ;)



결론

어쨌든 정리해 보자면 디즈니의 '라푼젤'은 스토리 자체는 여전히 비교육적이고 상투적이며 비논리적이지만 그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잔재미가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 (역시 애들보다는 어른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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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n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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