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에서 지내는 11살 소년 시릴의 꿈은 잃어버린 자전거와 소식이 끊긴 아빠를 되찾는 것이 다. 어느 날, 아빠를 찾기 위해 보육원을 도망친 시릴은 자신의 소중한 자전거를 아빠가 팔아버렸을 뿐만 아니라, 아빠가 자신을 버렸음을 알게 된다. 아빠를 찾던 시릴을 우연히 만나 그의 처지를 알게 된 미용실 주인 사만다는 시릴에게 주말 위탁모가 되어주기로 한다. 그러나 시릴은 아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아빠를 찾고 싶어하는데…
※ 스포 주의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나이인가, 열 한 살은. 아빠로부터 버림받고 보육원에 맡겨 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꼬마 시릴에게 사만다의 조건없는 애정과 관심은 살아갈 희망이 되었다.
깡마른 소년의 방황기
영화의 처음부터 시릴은 아빠와 자전거에 집착하며 보육원 선생님들에게 대들고 탈출을 시도하는 등 대책없는 꼬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만다의 집에서 주말을 보내게 된 이후로도 이 소년이 보여주는 행동들은 그다지 이뻐할 만한 구석이 없는 말썽쟁이의 모습이다. 하지만 사만다의 눈에는 아빠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절망감에 어찌할 바 모르는 어린 아이로 보였나보다. 마음 둘 곳이 없어 불량 청소년들과 어울리다 결국은 사만다에게까지 상처를 입히고 범죄에 가담한 시릴은 친구라 믿었던 스티브한테서까지 버림을 받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소년의 깨달음은 길게 지속되는 롱테이크로 이어진다.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를 지속하는 동안 소년도 관객도 머릿속이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이 밀려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자기가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소년과 관객이 충분히 공유할 수 있도록 롱테이크는 길게 길게 이어진다.
결국 사만다에게 돌아와 용서를 구한 시릴은 사만다와 함께 평온하게 자전거를 타는 듯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곧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돈을 뺏기 위해 방망이로 때려 기절시켰던 소년에 의해 나무 위로 쫓겨 올라갔다가 돌에 맞고 떨어진 것이다. 죽은 듯 누워 있다가 일어나 툭툭 털고 사만다의 심부름으로 산 숯을 옆구리에 낀 채 다시 자전거를 굴려 집으로 향하는 시릴의 뒷모습에서 영화는 가만히 멈춘다.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집으로 향하는 시릴의 뒷모습은 이제 이 소년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동안 참 많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이제야 소년은 무조건적인 희망과 기대를 접는 대신 가진 것에 감사하고 용서를 구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모든 것에는 댓가가 따른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지금은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이다. 앞으로 소년은 '괜찮을' 것이다.
눈물이 날 만큼 찡한 장면이다.
'모성애'가 세상을 구원하리
온전치 못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쉽게 유혹에 빠지고 타락할 수 있는 위험한 사회이다. 그 안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우울함과 절망감에서 구해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존중하는 마음으로 보살펴 주는 '사랑'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사만다(세실 드 프랑스)의 눈빛과 행동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 반면 한 달 만에 얼굴을 본 아들에게 '다신 보고 싶지 않아'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비정한 아비의 모습이나 '얘야, 나야?' 하면서 애랑 똑같은 관심을 달라고 칭얼대는 사만다의 남자친구의 성정은 사만다의 마음씨를 결코 닮을 수 없는 지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만다는 아이가 원하는 바를 위해 아버지가 팔아버린 자전거를 다시 사오고, 아빠를 그리워 하는 아이를 위해 함께 담벼락에 매달려 창문을 두들기고, 아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자전거를 함께 타고 달려주는 등 현실적인 차원에서 발휘되는 '사랑'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거칠게 밀어내고 상처를 입힌 시릴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때 아무 조건 없이 그 용서를 받아 들여 주었다. 거창한 미사여구나 큰 돈이나 과장된 애정표현은 없지만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내어주고 그 아이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 사만다가 결국 이 세상 모든 불행한 아이들에게 위안과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존재의 상징이 아닐까. 그것의 이름은 바로 '모성애'이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제대로 본 게 아마도 처음인 듯. 곱씹어볼 수록 마음이 짠해지는 영화ㅇ다. 절망 혹은 깨달음 등 소년의 마음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짧고 강렬하게 울리는 음악*, 간결한 컷 분할 등의 요소 덕분에 모든 장면이 인상적이어서 쉬이 잊혀지지 않을 듯.
무엇보다 열 한 살 또래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이기도. 너희들의 아픔을 이해해 주는 누군가가 곁에 한 명쯤은 반드시 있어주는 세상에서 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 찾아 보니 소년이 절망의 순간에 부닥칠 때마다 짧고 강렬하게 흘러나오던 음악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일명 <황제>의 2악장 이라고.
'세실 드 프랑스'의 다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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