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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안티고네>

일시 2012/02/02~2012/02/26
장소 대학로 선돌극장
관람시간 90분
출연 박완규/박윤정

처참하게 죽은 채 들판에 버려진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체 앞에서 안티고네가 몸부림치며 짐승의 소리로 울부짖는다. 그녀는 오빠의 주검을 정성껏 손으로 흙을 뿌려 묻어주고 또다시 고통스럽게 오열한다
. 

전쟁의 와중에 테바이의 새로운 절대 권력자가 된 크레온. 그의 수하들이 폴리네이케스의 주검을 수습하던 안티고네를 발견해 끌고와서는 크레온 앞에 내동댕이친다. 
크레온은 조국의 편에서 적과 맞서 싸우다 죽은 에티오클레스는 성대하고 장례를 치러주고, 조국을 향해 칼을 겨눈 에티오클레스의 동생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는 그대로 들판에 버려둔 채 들짐승의 먹이가 되도록 하라는 명령을 공포했다. 
이제 명령을 어켜 붙잡혀온 안티고네에게 크레온은 공동체의 질서 유지와 준법 의무를 내세우며 준엄한 처벌을 내린다. 허나 안티고네는 폴리네이케스의 조국을 향한 저항의 당위성과 혈육으로서의 아픔을 외치며 크레온의 부당함에 온몸으로 항거한다. 
퇴로가 없는 우리에 갇힌 투견들과 같이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대립은 극단적으로 치닫고, 결국 그 싸움은 당사자는 물론 그들과 관계된 모든 이들의 잔혹한 파멸로 끝을 맺는다.


오랜만에 대학로 소극장을 찾았다. 소포클레스의 원작이라는 정보 외에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던 제목 <안티고네>.


공연이 시작되기 5분 전에 입장을 시켜 주는데 극장 안이 조금 특이하게 구성되어 있다. 무대를 중앙에 놓고 관객석이 서로 마주보게 되어 있는 식이다. 관객들이 착석하는 도중에는 가운데에 있는 철창 안팎으로 이루어진 세트에서는 배우가 이미 연기를 벌이고 있었다.


또한 내가 앉은 객석의 맨 상부에는 배우가 자리잡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에 보이는 마네킹처럼 보이는 석상도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대반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 얘긴 리뷰에서 밝히지 않는 게 좋을 듯. ㅎ)

'안티고네'
극은 싸이렌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괘종시계가 울릴 무렵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가 잡혀와 철창에 갇히게 된다. 그녀의 죄목은 들판에 버려져 짐승의 먹이가 되게 놔두라는 크레온의 명령을 어기고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체에 흙을 덮어준 죄다.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법을 어겼고 국가의 법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지닌 크레온과 설전을 벌이게 된다는 게 이 연극의 주된 내용이다. 원작을 읽어 보지 않았을 뿐더러 신화에도 별 관심이 없는지라(ㅡㅜ) '안티고네'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이해조차 없었다. 연극을 보고 난 이후 부랴부랴 관련 내용을 찾아 보았다.
그녀,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가 아버지인 줄 모르고 아버지를 찔러 죽이고 어머니인 줄 모르고 어머니와 결혼해 낳은 딸이다. 태생부터 비극적인 그녀는 아버지를 잃은 후 고향으로 돌아와 오빠의 시체를 마주하게 된다. 오빠의 시체에 흙을 덮어준 죄로 감옥에 들어간 안티고네는 테베시의 시장이자 약혼자의 아버지인 크레온에 맞서 온몸으로 항거한다. 

명분은 그녀에게도, 크레온에게도 있다. 모두가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의 존엄성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법은 위압적인 것이 아니라 모두의 질서와 안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 법이란 것이 사람에게 공평치 않은 것이라면, 누군가에게는 불합리한 것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 법을 어긴 댓가로 인해 목숨이 위태로워 진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게 한다면. 양심은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는가.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싸움이 커지는 동안, 안티고네의 여동생과 그녀의 약혼자가 싸움에 끼여들고 철창 안에서 오가는 고함소리와 몸짓은 점점 격해 진다. 철창 밖에 띄엄띄엄 둘러선 군중들은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며 비난하거나 놀라거나 음악을 연주하거나 시끄럽게 떠든다.

법질서와 개인의 양심의 싸움
'법'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요즘이다. <부러진 화살>에서 '법'의 역할을 부르짖었던 주인공 김경호 교수(안성기)의 사법부와의 투쟁도 함께 떠오른다. 법이란 결국 인간의 행복을 위해 제정된 것이므로 때에 따라서는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조정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수가 공감을 해야 하며 양심에 의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융통성'이란 것도 어디까지 인정돼야 할 것인가. 끝까지 법의 준엄함을 따져 물었던 크레온의 완고함은 결국 등장인물 모두를 파멸로 몰고 가고 모든 것을 잃고 만다.
다시 연극의 처음처럼 괘종시계가 울리자 넋이 나간 듯한 크레온은 "9시구나. 회의를 준비할 시간이야."라고 읊조린다. 안쓰럽지만 그게 그의 운명이라면, 하는 생각과 함께 한숨이 푹 새어나오는 결말이다. 언제든 또다른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싸움은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열정어린 배우들의 연기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매 장면마다 집중하기는 다소 힘든 것이 사실이다. 중언부언하는 듯한 대사들도 조금 과하다 싶기도 하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가 뿜어내는 열기만큼은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온 몸으로 토하듯 격렬하게 내뱉는 대사들은 독하고 쓰고 냉혹하면서도 뜨겁다. 크레온 역의 박완규라는 배우는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도록 열변을 토하고 안티고네역의 박윤정 역시 그 에너지에 팽팽하게 맞선다. 저러다 쓰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격렬한 두 배우의 기싸움은 소포클레스의 원작이라는 소재만큼이나 오래된 연극이라는 매체가 존재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듯 하다.



연극 자체가 주는 감상도 그렇지만 '배우'라는 존재가 뿜어내는 에너지에 압도되는 듯한 기분이 더 오래가는 작품. 가끔은 나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만나 자극을 받는 시간이 필요할 듯. 그럴 때 대학로 소극장, 특히 흥미 위주의 가벼운 작품들보다도 고루함과 진중함을 미덕으로 삼는 이런 고전 연극들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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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혜화동 | 선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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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n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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