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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멸망보고서>

연출 : 임필성 / 김지운 감독
출연 : 류승범, 고준희, 송새벽, 배두나, 봉준호, 윤제문, 진지희, 이영은, 류승수, 송영창, 김강우, 김규리, 김서형 등등... 

 인류멸망보고서 1. 피조물인 인간, 신의 영역을 넘보다! <천상의 피조물>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미래. 천상사의 가이드 로봇 RU-4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설법을 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를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 제조사 UR은 해체를 결정하지만 그를 인명스님으로 부르며 숭배하는 승려들은 반대한다. 해체 직전, 일촉즉발의 순간, UR의 엔지니어 박도원(김강우)이 상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인명의 앞을 막아 서는데…

인류멸망보고서 2. 욕망의 끝은 섬뜩한 종말일지니…<멋진 신세계>

가족이 해외여행을 떠나고 홀로 남은 연구원 윤석우(류승범)는 소개팅 약속에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지 않고 한번에 처리한 후 집을 나선다.킹카 (고준희), 맛있는 고기 요리, 즐거운 클럽. 온갖 유희 끝 그녀와의 달콤한 키스 현장을 덮친 고교생들을 괴력으로 응징한 석우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온다. 거리를 뒤덮은 좀비의 물결, 광우병도 조류독감도 아닌 괴 바이러스의 정체를 캐는 매스컴의 호들갑도 무색하게 서울의 거리는 멸망으로 치닫는데…

인류멸망보고서 3. 그날 이후, 살아있음을 기뻐하라! 인류, 제2의 탄생 <해피 버스데이>

당구광 아빠의 8번 당구공을 부셔버린 초등학생 박민서(진지희)는 정체불명의 사이트에 접속, 당구공을 주문한다. 하지만 2년 후 당구공 모양의 괴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하고 임박한 멸망에 민서 가족은 오타쿠 삼촌(송새벽)이 설계한 지하 방공호로 대피한다. 그리고 7년 후, 엄청나게 밝은 광채에 홀려 민서(배두나)는 용감하게 지상으로 향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은근히 SF영화가 꾸준히 나온다. <예스터데이>, <세기말> 등등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런 영화들을 전부 챙겨봤던 것도 아닌데 왜 <인류멸망보고서>를 보고 우리나라 SF 영화의 한계가 팍 느껴졌을까? 내가 느끼는 우리나라 SF 영화의 한계란 대체 뭐지? 자본의 한계? 상상력의 한계? 스토리텔링의 한계? ... 이 모든 한계를 담고 있는 듯한 영화. 




이 영화는 우선 옴니버스식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 영화 <멋진 신세계>, 세 번째 영화 <Happy Birthday>는 임필성 감독이, 그리고 두 번째 <천상의 피조물>은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비주얼이 가장 훌륭한 건 역시 김지운 감독의 작품.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 깨달음을 얻어 부처의 길에 이른다는, 러프하게 설명하자면 이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고급스러운 플롯의 영화이다. 미래 시대의 절의 구조, 주거시설, 기후변화를 고려하여 만들어졌다는 승려의 복장 등 세트와 미술 작업이 꼼꼼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고자 할 때 그것을 어디까지 용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인간의 자만심은 이미 기존의 SF영화들에서 숱하게 다루어진 소재라는 점에서 좀 진부하다. 모든 디테일한 설정은 완벽했다. 하지만 그 설정이 그저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은 지루함만을 유발한다는 게 함정. 로봇 회사인 UR의 사장으로 출연하는 송영창과 로봇 수리공 김강우, 그리고 로봇 인명(목소리 연기는 박해일이 했다는)이 벌이는 '종교'와 '신'과 '인간의 온전함'에 대한 토론은 받아 적으면 훌륭한 철학 텍스트가 되겠으나... 영화 대사로 나열되기에는 좀 벅찬 감이 없지 않았다는. 법당에서 고차원적인 대사가 오가는 장면에서 한적한 극장 구석에서는 곤히 잠든 아저씨 관객의 숨소리가 들려오더라. ;; 

하지만 생각해 볼 지점은 던져준다. 아주 오랜 옛날 바벨탑을 쌓아 올리던 인간들을 신(하나님)이 벌했던 것과, 인간의 고유 영역인 '사고하는 능력'을 갖고자 하는 로봇을 처단하려는 인간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물론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조물'이란 존재의 자유 의지를 허락한 '신'과 로봇의 자유 의지를 허락하지 않는 인간 간에는 여전히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 결국 인간은 신도 따라가지 못하고 로봇을 끌어안지도 못 하고 그 사이에서 인간 고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망가뜨리고 자멸하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이 생각을 조금만 더 발전시키면 시나리오 하나 나올 듯.) 마지막 장면 김강우는 버려진 강아지 로봇을 주워다 수리하면서 자신의 팔에 심겨진 칩을 꺼내 강아지에게 이식한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갈빗대를 꺼내어 이브를 만든 아담이나(물론 아담 몰래 그렇게 한 건 하나님이지만) 태초에 '빛'을 만든 하나님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내가 아닌 어떤 다른 존재를 창조한다는 행위 자체는 자신의 '필요'를 충족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 무언갈 만드냐고? 외로우니까. 심심하니까. 내 곁에 누군가 있으면 좋겠으니까. 그리고 주체는 피조물들에게 '동정심'과 '책임감'을 갖게 된다.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만든 인간이 나에게 도전하고, 여친이나 애완견이 내게 대들어서 화가 나서 그들을 없애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 안에서 일어나는 창조자의 감정의 흐름을 정리해 본다면 '심심함' -> 필요성에 의한 창조 (재미, 욕구 충족) -> 만족감 -> 분노 (자존심 상함 혹은 괘씸함) -> 후회나 자책감, 자성, 반성 등..  뭐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아, 그러고 보니 신이고 인간이고 다 참 유치하네. 

결국은 모든 것이 '욕망'의 문제인 것이다. 고기를 끊임없이 삼키고 끈적하게 키스하는 <멋진 신세계>의 남녀 주인공의 모습, 엄마 아빠가 도륙을 당한 판국에도 화장실에 숨어들어 시원하게 볼일을 보는 누나의 배설욕과 고장난 강아지 로봇을 고치기 위해 새벽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천상의 피조물> 속 소녀(조윤희)의 이기적인 행동까지... 인간이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벌이는 행동들은 언제나 제 3자를 불쾌하게, 혹은 비이성적으로 만드는 면이 있다.


이 스틸 한 장만 보고도 시나리오 몇 편 나올 것 같아.  

음.. 어쩌다 (간만에) 리뷰가 또 산으로...ㅡ.ㅡ;; 다시 리뷰로. 

 <멋진 신세계>와 <해피 버스데이>는 공통적으로 발상은 좋았으나 스토리가 없는 소품으로 느껴졌다. 탐욕스럽게 먹을 것을 좇지만 밖으로 배출하는 것에는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 인간들의 무성의함이 결국 인류 멸망을 가져오게 된다는 발상도 좋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당구공이 어떤 알 수 없는 힘의 작용에 의해 괴행성이 되어 지구로 돌진해 와서 문명이 박살난다는 상상력도 좋지만... 무엇보다 영화 자체에 힘이 없다는 게 문제. 아..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나라 SF의 문제가 아니라 '옴니버스'라는 포맷이 가진 한계, 아니 특징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장 재밌었던 건 영화에 짬짬이 등장하는 깨알같은 카메오와 단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 90분 토론에 등장한 봉준호 감독과 윤제문. 그들의 쇼가 나오는 스튜디오 시퀀스는 정말이지 시니컬하면서도 통쾌하고 신나게 웃겼다. 아... 차라리 이 영화가 독립영화관에서 개봉했더라면 더 애정어린 눈으로 보았을텐데... 암튼 <멋진 신세계>의 90분 토론과 <해피 버스데이>에서 지구상의 마지막 뉴스를 방송하는 스튜디오 장면이 이 영화 전체를 살린 듯 하다. 내용은 없어도 재기발랄함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게 나의 총평이랄 수 있겠는데 영화라는 게 꼭 내용이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좋은 측면에서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영화의 가치는 충분...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내게 좋은 영화로 기억될 예정이라는.

음... 생각해 보니 좋은데?

해탈의 경지에 다다른 로봇 '인명'의 표정이 그야말로 예술임. 

좀비로 변한 류승범. 다시 볼수록 정말 돈 많이 든 영화였구나.. ㅠㅠ 

 어맛, 고준희 옷 예뻐라~ <건축학개론> 같은 (무난한) 역할보단 <해피 버스데이>의 단역 캐릭터가 훨씬 잘 어울리는 배우, 고준희.


각성하는 '로봇' 나오는 영화 
 


아이,로봇 (2004)

I, Robot 
8.9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출연
윌 스미스, 브리짓 모나한, 알란 터딕, 제임스 크롬웰, 브루스 그린우드
정보
액션, 미스터리, 스릴러, SF | 미국 | 110 분 | 2004-07-29

로봇을 더 이상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한 건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A Space Odyssey 
8.3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케어 둘리아, 개리 록우드, 윌리암 실베스터, 다니엘 리치터, 레오나르드 로시터
정보
SF, 어드벤처 | 영국, 미국 | 139 분 | -

정말 로봇이 이 정도 수준 된다면... 공포스러운 게 당연하겠지.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을까봐 무섭다면, 컨트롤할 자신이 없다면 만들지 않으면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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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n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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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한비광 2012/04/29 0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나가다 들렀습니다...그나마 영화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고있는 영화평을 보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모든 영화가 재미있을 필요도 없고 다수를 위한 영화를 만들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천상의 피조물에서 마지막 장면...전 로봇의 대사와 연관성을 생각했습니다...인간은 태어날때부터 해탈해 있다..오히려 기계화되어가는 인간의 씁쓸한 모습...그걸 로봇이 오히려 위로하려고 했던건 아닐지...

    • Favicon of http://shinsee.tistory.com BlogIcon shinsee 2012/05/03 02:09  댓글주소  수정/삭제

      인간사는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을 왜 자꾸만 환경을 탓하고 지금보다 더 좋은 것을 욕심내는지... 그것을 꾸짖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 만든 로봇이라는 설정이 아이러니하죠. ㅎㅎ

  2. BlogIcon 한비광 2012/04/29 0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가지 더 멋진 신세계에서는 단지 특정한 병을 예로 든게 아닌 식생활과 정부의 아니한 대처로 인해 후순환 되어가는 식생활이 우리를 병들게 한다는 것을 통찰하여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네요..
    음식쓰레기에 포함된 플라스틱이나 종이류, 그걸 먹은 소, 다시 더러운 도축과정을 보여주며 마지막에 탐욕스럽게 먹고있는 인간...

    • Favicon of http://shinsee.tistory.com BlogIcon shinsee 2012/05/03 0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쓰레기가 돌고 돌아 다시 인간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나도 적나라해서 정말 끔찍했어요. 광우병도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낸 병이겠죠.
      암튼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거리를 많이 전해준 영화들이었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