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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감독 : 박찬욱
주연 : 임수정, 정지훈

싸이보그더라도 괜찮다.
동정심을 느껴도 괜찮고 사랑에 빠져도 괜찮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밥을 먹는다'는 것과 '희망을 버리는 것'이다.

박찬욱의 문제적 작품,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단순 명료한 단편 영화를 장편으로 구구절절 길게 늘여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과대망상에 빠진 소녀와 안티-소셜 환자인 소년이 만나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
그 안에 개입되는 모든 사람들과 장치는 박찬욱의 상징과 잡다한 상상력의 배설을 대신하기 위해 동원되었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작화증 환자, 과도한 예의바름때문에 주위를 피곤하게 하는 남자,
그들의 증상은 정도를 넘었기에 '환자'로 분류되지만 사실
경미한 정도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차라리 내가 인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는 심정,
거짓말과 상상력을 통해서만 희열을 느끼는 순간,
다른 사람이 가진 재능을 가져 보고 싶은 욕망,
어린 시절 할머니에 얽힌 추억, 엄마에 대한 그리움,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은가.
열등감에서 벗어나고 현실을 잊어버리고 싶은 충동.
우리 모두에게 일순(정지훈)과 같은 연인이 있어서
양말을 신고 하늘을 날게 된다든가
침대 곁에서 요들송을 불러준다든가
십억볼트를 찾으러 떠나는 길에 동행을 해 준다면
그 순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바로 '신세계'(정신병원)이 될 것이다.

난해하고 복잡하지만
우리는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무지개를 지켜보고 나서야
비로소 박찬욱 감독의 의중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감독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희망을 버리고
열심히 밥먹고 힘내서 사랑을 하라'고.
가끔 너무 속상하고 힘이 들면
꿈 속에서나마 제정신을 가진 '하얀맨'들한테 총질을 날려보든가.

이 영화 보고 욕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런 영화 마음껏 만들 수 있는 박찬욱감독이 부럽다.
아리따운 세트를 지어놓고 톱스타 두 명과 함께 저런 천진난만한 싸이코 멜로를 찍을 수 있다니.
그간 과격하고 처절한 복수극을 만들어 온 박찬욱 감독이
'나도 마음만 먹으면 말랑말랑한 영화 만들 수 있쎄요'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영화를 만인이 감상해 주길 원하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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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n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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