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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의 고려, 금기의 기록 (쌍화점) 금기의 사랑이 역사를 뒤흔든다!
격정의 고려말, 왕과 왕의 호위무사 '홍림'. 원의 억압을 받던 고려 말, 친위부대 건룡위의 수장 '홍림'은 대내외적 위기에 놓인 왕을 보필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러나 후사문제를 빌미로 원의 무리한 요구는 계속되고, 정체불명의 자객들이 왕의 목숨을 위협하자, 왕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거부할 수 없는 선택, 엇갈린 운명. 왕의 명령이라면 목숨처럼 따르는 홍림, 왕은 고려의 왕위를 이을 원자를 얻기 위해 홍림에게 왕후와의 대리합궁을 명한다. 충격과 욕망이 엇갈린 그날 밤, 세 사람의 운명은 소용돌이 치기 시작하는데... 금기의 사랑과 역사의 광풍에 휘말린 이들의 대서사가 시작된다!!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을 보이듯, <쌍화점>에서는 세 인물의 클로즈업이 아주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들 세 명의 시선과 표정 안에 모든 감정의 파도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90%를 기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세 명의 배우는 나름대로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조인성이 <비열한 거리>에서 보여준 연기와 상당부분 겹쳐져 보이는 게 좀 아쉽긴 했지만
송지효의 근엄한 목소리와 포스도 의외였고 주진모야 뭐...이제야 물이 오른 듯 제대로 눈빛연기 보여주신다.
드러낼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왕이 자신의 신분과 성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질투하다 못해
치졸해 지기까지 일어나는 심경의 변화가 너무 잘 느껴지는 거다.
권력을 이용해 명령을 하고 칼싸움으로 제압하고 위협해 보아도 '사랑'만큼은 막을 수 없었던 것.
그저 자신에게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거세까지 했건만 자신에게 다시 도전해 오는 홍림을 바라보던 주진모는
홍림의 어깨에 칼을 찔러 박고도 죽어가는 그를 향해 이렇게 묻기에 이른다.
"넌.. 나를 단 한번이라도 정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느냐.."
아, 구차해.
매일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남자에게 칭얼대는 여성들의 습성.
한마디로 '자기야, 나 사랑해?', 조금 어른스럽게 표현하면 '넌 날 사랑하긴 한거니?'라고 묻고 있는 거다.
인터뷰에서 주진모가 영화를 찍는 내내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고 말한 게 바로 그런 지점이 아니었을까.
드러내고 싶지 않은 깊숙한 속내를 끝끝내 숨길 수 없게 되어버릴 때의 그 기분.
그 때 홍림이 그랬다고, 한 때나마 진심으로 사랑했었다고 대답해 주었다면 여한 없이 죽을 수도 있었을.
유하 감독의 여자들은 참 솔직하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엄정화가 그랬던 것처럼, <말죽거리잔혹사>의 한가인은 빼고, <비열한 거리>에서 이보영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들은 현실적인 고민을 포장하거나 숨기지 않는다.
아기를 갖고 싶다고 왕에게 당당히 이야기하고, 간신들 앞에서 호통을 치고, 사랑하는 남자를 불러내 유혹하고,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버린 여성이 <쌍화점>의 왕후였다.
그러면서도 고향의 여자들이 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떡을 만들어 선물해 맛이 어떤지 물으며 설레 하는 여성미!
김민선 이후로 회자될 만한 극렬한 노출에 도전한 송지효의 열정을 새삼 발견하게 된 작품.
여배우들이 영화에서 벗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를 내야 하는지 내가 가늠조차 할 수는 없지만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과연 내가 벗을 만큼 가치있는 작품인가'일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쌍화점>은 전체적으로 봐서는 나름대로 괜찮다는 생각이지만
송지효의 노출보다 오히려 조인성의 노출이 아까울 정도로 정사신의 연출은 별로였다.
감정선을 중시하는 영화에서 정사신만 왜 '홍상수' 버전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지.
그렇게 노골적으로 가지 않더라도 그들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아주 다양했을 텐데.
꼭 그렇게 고급스럽지 못하게, 그야말로 '욕정에 눈이 먼' 남녀처럼 보여주어야만 했을까.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
몸을 섞고 난 뒤 마음이 통한 두 남녀를 보여주고 싶었다면 초반에는 동물같은 섹스를 보여주더라도 후반에는 정말 아릅답게 그려졌어야 하지 않나, 적어도.
B언니도 지적한 프로덕션의 '싼 티'도 안타까운 부분.
사극치고는 저렴하게 찍었다고 칭찬하는 일각의 의견도 있지만
<비천무> 삘은 좀 너무하지 않았나.
스케일도 그렇고 경박한 색감과 부실해 보이는 왕궁 세트 하며...
그나마 꼽고 싶은 장면은 주진모가 현을 뜯으며 '쌍화점'을 부르는 장면인데
그 장면은 주진모의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과 노래로, 시대를 잘못 타고 난 로맨티스트의 감수성이 잘 나타나는 부분이었던 듯.
(목소리가 더빙 티 너무 많이 나서 좀 민망했지만 주진모가 립싱크를 너무 열심히 해서 빠져들었다.)
노래로 치자면 송지효의 '가시리'도 좋았고.
(라이브할 때보다는 조인성 말달리는 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깔릴 때)
이 영화에서 감독의 의도는 제대로 드러났다.
세 인물의 폭풍같은 감정선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
하지만 배우들에게 기대는 부분이 너무 컸고 다른 부분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 거.
<스캔들>처럼 고급스러운 느낌이 부족하다는 것이 내가 본 가장 큰 단점.
조인성의 금쪽같은 엉덩이를 그렇게 싸 보이게 노출시키다니..ㅠㅠ
(아, 역시 나는 송지효의 노출이 아니라 조인성의 노출이 안타까운 것이다..)
어쨌든 볼만한 작품이었던 건 분명.
일단 영화가 확실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고 영화 외적으로도 할 이야깃거리가 많으니까.
유하 감독님에 대한 기대는 다음 작품으로 넘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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