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살인혐의, 엄마의 사투 아무도 믿지마 엄마가 구해줄께
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엄마(김혜자 扮). 그녀에게 아들, 도준은 온 세상과 마찬가지다. 스물 여덟. 도준(원빈 扮).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을 못 하는 어수룩한 그는 자잘한 사고를 치고 다니며 엄마의 애간장을 태운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 당하고 어처구니없이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엄마. 하지만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 짓고 무능한 변호사는 돈만 밝힌다. 결국 아들을 구하기 위해 믿을 사람 하나 없이 범인을 찾아나선 엄마. 도준의 혐의가 굳어져 갈수록 엄마 또한 절박해져만 간다.
‘엄마’에 대하여
“모정은 사랑의 최고 형태로 항상 절대화된다. 물론 모성은 숭고하다. 그러나 숭고에는 이면이 있다. 아름다운 바위도 뒤집어 들추면 시커멓고 축축한 흙에 처박힌 면이 드러나고 벌레들이 우글거릴 수 있는 것처럼 숭고를 살짝 뒤집으면 순식간에 어둠과 광기에 도달할 수도 있다. 모자 관계는 가족 내에 형성되는 네벌의 관계- 모자, 부녀, 모녀, 부자- 중 특별하다. 네 관계 중 두 세트가 이성의 조합인데, 부녀 관계는 아버지에게서 나온 정자로 매개되니까 어딘가 간접적인 반면에 엄마는 아들과 몸 안에서 본디 합쳐져 있었던, 신체적으로 독보적인 관계다. 섹스가 페니스가 자궁으로 들어오는 행위라면 모자 관계에서는 아들의 몸 전체가 엄마의 몸 안에 있었던 것이다.” (씨네21 봉준호 감독 인터뷰 中)
장면의 맨 처음 엄마는 작두로 약재를 썰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가게 밖 도로가에서 놀고 있는 아들 도준에게 머물러 있다. 그녀에게 ‘바보’ 아들 도준은 칼을 만지고 있는 자신의 손보다 더 걱정스럽고 염려되는 존재다. 이때 엄마의 모습이 계속 보여지고 화면 밖에서는 계속해서 작두가 썩썩 썰리는 소리가 들려올 때 관객은 가슴을 졸이게 된다. 아들을 향한 그녀의 집착적 시선은 그녀에게도, 관객에게도, 아들에게도 위험한 대상인 것이다.
이 영화는 김혜자에 너무 집중되어 있어 그녀가 보여주는 모성애가 보편적인 감정이라기보다는 '바보' 아들이라는 치명적 결점을 커버하기 위해 단련되어 온 그녀만의 '도준사랑'으로 보였다. 그것의 출발은 그녀의 아들이 바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두텁고 각별해진 것이며 아들과 함께 죽을 결심을 했을 정도로 그녀 역시 자신을 보호해 줄 사람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홀로인 엄마에게 도준은 전부였고 도준에게 있어 역시 자신 뿐이라는 강박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아들, 정말 바보였을까? 도준은 여느 아들들과 마찬가지로 엄마의 울타리를 벗어나고자 하며, 화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필요할 땐 엄마를 찾는 다른 평범한 아들들과 같은 면모를 보인다. 또 결정적인 순간에 엄마의 죄를 기억해 내거나 감춰주는 의외의 예리함을 보여서 엄마를 놀래키기도 한다. 그래서 <말아톤>에서의 초원의 어머니나 <허브>에서 강혜정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완벽하고 희생적인 어머니상을 보여준 데 반해, <마더>의 엄마는 불완전한 존재, 아들 앞에서 떳떳하기만 한 엄마의 모습이 아니다. 영화 <마더>의 주인공은 도준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으로서의 엄마 그 자체다. 이 엄마는 한 때 살아갈 자신이 없어 아들과 함께 죽으려고 했던 적도 있었으며 추측컨대 아들 친구인 진태와 부적절한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도 보인다. 그녀의 아들을 향한 집념은 결국 광기가 되어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만다. 가슴 아픈 기억과 잊고 싶은 사건들이 있을 때 효험이 있다는 허벅지에 침 한 방은 아들 도준이 아닌 엄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아들 곁을 떠나 모처럼의 휴식을 취하러 가는 길에 또 한번 엄마는 도준 때문에 놀라게 된다. 언제나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해 왔던 아들이었지만 아들이 자신을 결정적인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며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아들의 태도가 더욱 섬뜩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녀의 과도한 사랑이 ‘바보 도준’을 ‘순진한 악마’로 만들어 버린 건 아닐까.
결국 엄마는 모든 것을 지워버리기로 했다. 자신의 가르침 때문에 아들로 하여금 살인을 저지르게 했으며 그 살인을 또 자신의 광기로 덮어버린 것. 그로 인하여 또 다른 죄 없는 누군가의 아들이 감옥에 간 것. 그리고 자신의 죄를 또다시 아들이 덮어준 것. 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것으로 간주되는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의 정체가 겨우 그런 것에 불과하다면 이제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것을 망각하는 것뿐이다. 그녀는 디스코판이 벌어진 광란의 버스 안에서 조용히 치마를 걷어 올려 스스로 허벅지에 침을 놓는다. 엄마를 원망하는 기억을 떠올린 도준이나 그날밤 도준을 지켜보았던 유일한 목격자인 고물상 노인의 기억을 지우려 했던 그 침이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기꺼이 그 광란 속으로 뛰어 들어 춤을 춘다. 엄마는 자신의 완전하지 못함을 인정하고 또한 이 부조리한 세상에 자신이 일조했음을 인정하고 그들 안에서 미친 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봉준호'에 대하여
봉준호 감독은 우리나라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주류 감독의 범주에 넣기에는 영 마뜩찮다. 그는 언제나 세상을 향한 독설과 냉소를 품고 그 안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약한 자를 끊임없이 들춰내는 취미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체로 '높은 자'들이 언제나 불편해지고 외면하고 싶은 진실들이다. 전작들을 통해 끊임없이 지식인 사회를 비판(플란다스의 개)하고 공권력을 비웃었다.(살인의 추억, 괴물) 그런 점들이 <마더>에서는 모두 드러난다. 살인사건을 귀찮아 하는 소도시의 형사들이나 골치아픈 일보다는 인맥들과의 술자리를 더 중요시 하는 변호사처럼 그들은 사회적 약자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이 사회의 피해자는 언제나 자신을 방어할 힘이 없는 '어린 소녀', 그리고 '바보'다. 마치 <살인의 추억>에서 백광호(박노식)와 <괴물>에서 강두(송강호)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고통받는 소녀' 이미지들처럼.
한편 봉준호 감독은 남성의 무절제한 성적 욕망을 혐오하는 것처럼 보인다. 편모와 모자라는 아들이 단 둘이 사는 집을 보며 '엄마와 같이 잔다'는 식의 저속한 사내들의 농담은 더없이 치졸하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를 먹여 살려야 하는 어린 ‘아정’ 역시 그러한 남성들 덕분에 일찍 세상에서 절망을 맛보았다. 더불어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약한 존재들은 언제나 성숙하지 못한 사회의 일차적 희생양이 되고 만다. 그 대상이 대부분 '여성'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분노에 공감해 주는 봉감독이 여성 관객의 입장으로서는 고마운 마음까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봉준호 감독의 특기는 컷 전환시 이미지의 충돌을 이용해 제 3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시체를 비춘 뒤 곧바로 고깃집에서 익어가는 핏물 고인 고기를 보여주었다면 이번에는 버스 정류장에서 담벼락에 도준이 오줌을 눌 때 바닥에 흘러가는 오줌 줄기와 그의 엄마가 먹여 주는 약을 삼키는 소리가 합쳐지며 역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약을 다 먹지도 않은 채 버스로 뛰어가 버린 아들 뒤에서 엄마는 아들이 남긴 오줌 줄기를 발로 비벼 흔적을 없앤다. 이렇게 엄마는 성장하지 못한 아들의 먹을 것과 배설물을 여전히 관장하는 존재이고자 한다.
엄마에 대한 환상이 어쩌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평범한 깨달음, 엄마도 연약하고 누군가로부터의 보호가 필요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만 하는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모두들 자신의 엄마가 자신에게 있어, 한 인간으로서의 엄마 자체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될듯.
김혜자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무엇보다도 영화 내내 극을 지배하는 그녀의 ‘완력’이 놀랍다. 원빈의, 영화에서도 묘사되듯이 그야말로 ‘사슴같은’ 눈은 한없이 순수해 보이다가도 그의 눈이 일그러지는 순간은 엄청 섬뜩해 보이기도 한다. 진태역의 진구 역시 범죄자 전문 연기자(내 생각)답게 폭력적이고 비열한 표정 연기는 압권이었지만 멜로 장르 주인공을 하려면 시간이 좀더 걸리겠다는.;; 개인적으로 <살인의 추억> 때만큼의 충격이나 마음의 울림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이 비뚤어진 사회의 단면을 지적하고 탈탈 털어 그 바닥을 드러내 보여주는 봉준호 감독의 능력만큼은 여전히 큰 기대감과 존경심을 갖게 한다.
* 아, 빼놓을 수 없는 이병우 음악감독의 사운드 트랙. 엄마가 춤을 추는 장면에서 처연하게 깔리는 기타 연주 음악은 단조와 장조를 번갈아가는 이국적 리듬으로, 춤을 추는 엄마의 표정이 비극적인지 희극적인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희비가 교차하는 인생의 집약처럼 비춰지는 엄마의 춤은 희망이나 절망과 같은 감정을 뛰어넘은 그저 살아내고자 하는 한 인간의 발버둥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제는 엄마 본인의 행복과 안정을 위해서 살아갈 수 있길.
★★★★★ : 판타스틱!!!!!!
★★★★☆ : 이 정도면 Good~
★★★★☆ : 취향에 따라 선택하길 권장.
★★★☆☆ : 본전 생각이 살짝.
★★☆☆☆ : 이거 누구 보라고 만든건가요?
★☆☆☆☆ : 이래저래 자원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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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리뷰 아주 굿이에요^^* 멋져요^^*
감사합니다~ ^^
casams 2009/06/03 16: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리뷰 잘봤습니다..몰랐던 점도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뒤끝(?)있는 영화는 정말 오랫만이네요..(전날 터미네이터를 본 후 아무것도 남는게 없어서 그런지...)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도 경험했구요..김혜자씨의 연기력은 두말할 것도 없구요..
특히 봉준호 감독의 뭐하나 허튼 장면이 없는 치밀한 스토리 구성엔 정말 감탄했습니다..
(CSI를 많이 봐서 그런지 범죄현장의 침통을 걱정했는데 마지막에 해결해 주더군요..허허)
한가지 궁금한 점은 카메라에 왜 고물상 할아버지 사진이 있었을까 하는 점이예요..
할아버지와도 금전적인 관계가 있었던 것인지..(좀 씁쓸..)
모자란 정신병원 탈주범과도 금전적 관계가 있었던건지도 궁금하구요..(가능한가?)
네 영화 후반부에 보면 그 할아버지가 폐가에서 돗자리를 깔고 쌀자루를 챙기는 모습이 보이죠.
아정이와 그날 밤 거기서 만나기로 했던 듯.
그리고 나중에 진범이라고 잡혀온 사람은 정신병자라기보단 다운증후군 환자로 기도원 형식의 요양시설에 있던 사람인 것 같은데
그 사람은 쌀이나 돈을 주고 관계를 했다기보다는 그저 아정을 순수하게 좋아했을 수도 있을 거 같네요.
아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도원을 탈출했을 수도 있구요.
뭐, 이건 제 해석이니 확실한 건 아닙니다만. ^^
아, 본드불던 고딩 두 명이 종팔이 얘기를 했던거 같은데 대사가 자세히 기억이 안 나네요.. 쩝.
종팔이는 아마도 아정이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착각을 한듯요 ^^* 에혀! 아정아 니가 고생이 많다! ㅎㅎ
아.. 맞아요 거의 세상사에 통달한 표정으로 엄마한테 '울지 마라' 한 거 보면 아정 없는 세상에서 더이상 살기 싫은 순정파의 모습!
그렇구나..그 할아버지 자기 집 나두고 폐가에 그렇게 정성스럽게 자리필 이유가 없지..
그 동네 참..애들부터 할아버지까지 아정이 정말 힘들게 했군요..
봉준호감독은 어린 소녀에게 이 세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흉폭한지를 말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ㅜㅠ
최고의 리뷰네요. 잘 읽고 갑니다. ^^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뽈 2009/06/07 2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오 나도 봉준호 감독이 꽤 여성 친화적(?) 성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vs. 박찬욱), 신씨도 그랬던 것이냥~ 리뷰 잘 읽고 간다^^ 내일봐~~
데뷔작부터 보더라도 분명 마초는 아니라는 ㅎㅎ
낼 만나서 얘기해요~ ^^ㅋ
오우 리뷰 정말 잘 읽었어요.
특히,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 부분은 곰곰히 다시 생각하게 해주네요.
영화 보면서는 미쳐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ㅋㅋ
저는 그래도 가장 큰 울림을 준 영화는 프란다스의 개 에요 ㅋㅋ
아파트 단지를 달리던 그 장면!
조만간 만나자구요
<플란다스의 개>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죠~
전 지하실에서 변희봉 할아버지가 보이라 김씨 괴담을 풀어놓는 장면이 젤 좋다는. ㅋ
아, 배두나를 응원하던 건너편 아파트 옥상의 우비인간들도~
우리 진짜 만나요~ 만나~ ㅎㅎ
오프닝과 엔딩, 정말 까무라치게 좋은것 같아요...
봉테일의 비범한 통찰력, 이래서 안좋아할수 없네요 ㅎㅎ
글 잘보고 갑니다
맞아요. 오프닝과 엔딩 덕에 이 영화는 단순한 상업영화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듯 하죠.
'봉테일'을 또 한번 느낀 장면은.. 골프장 시비 사건으로 경찰서에서 진태와 도준이 취조받던 장면이었어요.
분명 화면에는 경찰이 잡혀 있는데 그 뒤로 흐릿하게 .. 싸인펜으로 골프공에 자기 이름쓰는 도준에게 진태가 매직을 건네주는 장면이 나왔거든요.
극의 중반까지 더더욱 진태를 의심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설정이었어요. 저한테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