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까칠한 할아버지 ‘칼’과 귀여운 8살 탐험가 ‘러셀’이 만났다!
평생 모험을 꿈꿔 왔던 ‘칼’ 할아버지는 수천 개의 풍선을 매달아 집을
통째로 남아메리카로 날려 버리는데, ‘칼’ 할아버지의 이 위대한 모험에
초대 받지 않은 불청객이 있었으니, 바로 황야의 탐험가 ‘러셀’!
지구상에 둘도 없을 이 어색한 커플이 함께 하는 대모험.
그들은 과연 남미의 잃어버린 세계에서 사라져 버린 꿈과 희망,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고맙게도 매년 여름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픽사의 애니메이션, 결코 놓칠 수 없는 주옥같은 영화들. 픽사의 작품은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비주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발견하게 되는 디테일들이 무궁무진하게 숨겨져 있어 어른들 역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픽사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불러일으키는 공감대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만족시키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월.E>에서 청소로봇이 과거의 영화나 올드팝송을 들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추억에 젖어들도록 했다면 <업>의 주인공은 아예 파파 할아버지로 설정되어 있다. 아주 어린시절 모험가를 동경했던 꿈많은 소년이 비슷한 취향을 가진 꼬마 여자아이와 만나서 결혼을 하고 함께 늙어가는 이야기를 짧게 편집하여 별다른 대사없이 이끌어가는 전반부의 시퀀스는 픽사의 스토리텔링 역량을 그대로 보여준다. 스토리는 새롭지 않지만 그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에서 재현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픽사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만으로 평범한 플롯이 아주 오랜 동화 속 혹은 꿈 속의 한페이지처럼 아름답게 축약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 모든 꿈을 나누었던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렸다고 느꼈을 때, 아내와의 모든 추억이 담겨있는 집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할아버지는 한 가지 묘안을 찾아낸다. 수소 풍선을 가득 불어 굴뚝을 통해 띄워서 집을 공중에 띄워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집 한 채를 통째로 들어올려 미국에서 남미까지 날아가다니, 현실에서는 어처구니없을 상상력이지만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아름답기만 한 동심으로 그려진다.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았을 잠깐의 호기심이나 상상력 하나로 출발하지만 내러티브는 그 어떤 영화들보다도 튼튼하다. 큰 얼개도 그렇지만 할아버지와 소년의 나이를 초월한 우정이라든지, 야생동물을 지키려는 순수한 노력들, 평생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꿈에 대한 열망, 소중한 자의 떠난 자리, 그 슬픔을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과정,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또 한번의 성장. <업>은 산속에서 똥을 눠 보고 싶었던 소년의 꿈과 남미의 바위 탑 꼭대기에 집을 짓고 살고 싶었던 할아버지의 꿈을 모두 이뤄주는 마술을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은 내가 어릴 때 과연 어떤 꿈을 꿨던가, 나는 이 다음에 내 꿈을 얼만큼 이룬 사람이 되어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가만히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아내와의 추억이 담겨있는 집을 가지고 남미로 날아갔지만 그 곳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진정한 꿈과 대의를 위해 미스터 프레드릭슨은 결국 집안의 가구들을 모두 밖으로 밀어 떨어뜨리고 만다. 내가 쌓아온 흔적들과 과감하게 작별을 고할 수 있는 용기를 낼 때 비로소 우리의 인생은 가벼워진 집처럼 둥실 떠올라 또다른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건 변치않는 동서고금 모험담의, 그동안 픽사가 꾸준히 보여준, 퍽퍽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철학이다.
픽사 애니메이션을 볼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영화 시작 전에 보여주는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언제나 기발한 상상력과 깜찍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본편에 들어가기 전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하는 픽사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단편 애니메이션. 이번에는 baby(사람이든 동물이든)를 보자기에 싸서 물어다 주는 황새와, 이 세상의 모든 baby들을 만들어내는 구름의 이야기이다. 엉뚱한 상상력을 발단으로 시작된 듯한 이야기는 유머를 잃지 않지만 언제나 착한 웃음과 감동으로 마무리된다. '선한' 코드,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건 작위적이거나 억지스럽거나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짜내어진 듯한 느낌을 줄 때 그런 것, 픽사가 재현하는 비현실은 어처구니없지만 왠지 과학적인 느낌을 주는데다 앞뒤가 들어맞는 촘촘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웃거나 냉소할 수가 없다(세뇌인가;;). 구름이 번개로 아기를 만들어 황새에게 집집마다 배달을 시키다니, 3~5세 유아용 성교육 프로그램에서나 볼만한 이야기이건만, 픽사가 만들면 무조건 '아아... 러블리'해지는 것이다.
본지 좀 오래 되어 내용보다도 그냥 감탄 투성이인 소감만 남았다. 하지만 변치 않는 건 픽사 작품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와 애정이다. 동시대에 이런 감성덩어리를 극장에서 섭취할 수 있는 행운을 갖는 것도 분명 큰 축복이리라. 애니메이션을 매번 챙겨볼수록 픽사에 대한 신비감과 로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 픽사는 아마도 <찰리와 초콜릿공장> 같은 구조와 배경에 윌리 웡카나 움파룸파족들과 같은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다람쥐를 부리며 일하고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가 작동하는 곳이 아닐까.
뭐, 1년 중 하루 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상, 하지만 악의가 없는 공상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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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실제모델은 동양인이 맞어.
피더손이라는 한국계 감독이고 영화시작전 나오는 구름이야기..
그 감독님이라고 알고 있다는..그 이야기도 너무 맘에 들었는데..
영화를 보다 보니 애가 고생을 해서 그런지 살이 조금씩 빠지는 것처럼 보이더라는 ㅋㅋ
암튼 우리나라 사람들 손재주는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구름이야기 좋았어요 그죠 ㅎ
뽈 2009/08/06 2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업? 너무 좋아ㅠㅠ 픽사 좋아ㅠㅠ
히히 깔깔 웃다가 찡해서 울다가 참... ㅋㅋ
말씀대로 때로는 저런 공상을 해 보는 것도 문제될 건 아니죠. ^^
생각해 보면 픽사의 매력인 것 같기도.... ㅎ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트랙백 걸겠습니다~
몽상이나 상상이 일상을 살게 하는 힘이 될 때가 있는 것 같죠.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를 제가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고
픽사는 그 방면에선 정말 최고인 듯. ㅋㅋ
트랙백 감사합니다. ^^
제목대로 그저 픽사를 찬양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앞으로 어떤 영화가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곧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거 같네요 ^^
사실 아카데미에 애니메이션 부문이 신설된 것도 픽사의 작품들을 보고 상을 주지 않을 수 없어서가 아닐까 싶어요.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
영화 초반에 앨리와의 사랑이야기 부분은 찡하던데요.
찔끔 정도가 아니라 뚝뚝 흘렸어요.
특히, 타이어가 고장나서, 다리가 부러져서 ..등 일상의 일들로 인해 둘이 모아놓은 저금통을 깨는 장면.
맞아. 맞아. 끄덕이면서도 웃음도 나고..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되더라구요.
마음 속에 꿈을 간직한 채
회사<->집을 오가며 쳇바퀴 돌리듯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회사원들이
공감할 이야기 그리고 나의 꿈을 다시 돌아볼 이야기 인거 같애요
맞아요. 영화의 앞부분은 정말 꿈을 미뤄놓고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이 보고 완전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런 애니메이션을 보며 위로를 받기도 하는 거겠죠.
하지만 다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마지막으로 내는 용기가 남은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칼이 보여준 것 같기도 해요.
우리, 언제나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 봅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