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섀도우>
감독 : 팀 버튼
출연 : 조니 뎁 / 에바 그린 / 미셸 파이퍼 / 벨라 히스코트 / 클로이 모레츠 등
※ 스포 주의
팀버튼과 조니 뎁의 만남은 언제나 흥미롭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팀버튼이 조니뎁의 캐릭터에 너무 기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지더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때도 그걸 좀 느꼈는데 <다크 섀도우>를 보니 더욱 그렇다. 물론 팀버튼은 우리가 꿈꿀 수 있는 동화 속 나라를 완벽하게 스크린 안에 재현할 수 있는 최고의 감독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의 작품이 거듭될수록 영화의 비주얼과 캐릭터가 강화되는 반면 스토리나 메시지는 조금씩 심심해 지고 있다.
배우 보는 맛
하지만 역시 그의 영화를 통해 만나는 배우들의 매력 만큼은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만큼 강렬하다. 팀 버튼은 다른 것보다도 배우들을 잘 고르는 듯. 그리고 그의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팀 버튼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배우들같이 느껴지는 걸 보면 마치 장진 사단 영화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정재영, 신하균 등등) 조니 뎁은 더 말해 무엇하랴. 그리고 팀버튼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주연급 조연 헬레나 본햄 카터의 미친 존재감도 역시 열외.
<다크 섀도우>에서 새롭게(혹은 오랜만에) 만난 배우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팀 버튼의 타고 난 배우 복(福)이 드러나는데 콜린스가 저택의 카리스마 넘치는 여주인으로 나온 미셸 파이퍼는 물론이요, 그녀의 한껏 비뚤어진 딸 캐롤린으로 나온 클로이 모레츠도 될성 부른 대배우의 떡잎을 보여주는 듯. 무엇보다 대박이었던 건 마녀로 나온 에바 그린!! 언뜻 보면 청순한 얼굴상인데 그 큰 눈을 매섭게 치켜 뜨니 악랄한 마녀 얼굴이 딱이더라는 ;; 특히 깨져 부서지는 흰 얼굴에 각기 귀신 흉내내는 모션이 가관이었다. 콜린스의 일편단심 연인으로 등장하는 벨라 히스코트라는 여배우도 아이 같은 외모와 달리 낮은 톤의 품위있는 목소리가 매력적.
About Blood
세트와 소품 등을 통해 영화 전반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핏빛 비주얼은 섹슈얼하면서도 질긴 연대의 상징으로서의 피(blood)를 시각화한다. 그리고 그 '피'라는 것에 대해 인간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과 강박 같은 것에 대한 전복도 읽히는데, 영화의 초반 콜린스의 내레이션을 통해 피를 어떻게 타고 나느냐(어느 부모 밑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가난할 수도, 부자가 될 수도 있다는 선천적 조건으로서의 '피'를 언급한다. 하지만 '피'로 맺어진 대표적 관계인 '가족'의 의미가 이 영화에서 어떻게 보여지고 있는지를 보면 콜린스의 내레이션은 로망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들을 버리는 아버지, 어머니를 거부하는 딸의 모습은 '피'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한편 영원히 늙지 않는 불멸을 꿈꿨던 호프만 박사는 콜린스의 피를 탐내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콜린스는 조세트의 목을 깨물어 자신과 같은 뱀파이어로 만듦으로써 둘의 사랑을 완성한다. 결국 인간이 집착하는 '피'라는 것이 갖는 의미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거나 절대 바꿀 수 없는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를 통해 충분히 변경 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이 배제되어 있는 무조건적인 집착과 오만함이 얼마나 허무하고 위험한 것인지 콜린스가의 몇몇 어른들과 마녀 안젤리크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듯.
결론 삼아 정리하자면 <다크 섀도우>는 고전적인 스토리라인을 가공하되 팀버튼다운 비틀기식 유머가 간간이 비어져 나오고 배우들의 연기력을 동원한 캐릭터 재해석을 통한 재미를 전달하는, 지금까지의 그의 영화들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여전히 아름다운 비주얼과 크로테스크한 매력이 넘치는 볼거리들로 무장되어 있지만 마치 잔혹한 그림형제의 동화 원본을 보고 난 후의 찜찜함도 함께 선사한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좀 민망하고 그렇다고 성인용 스토리도 아닌 것이...
팀 버튼의 다음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할지... 이제 조금 고민해 봐야겠다.
+ 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음악들~
70년대 미국 컨츄리 음악과 데스락을 오가는 배경음악은 또다른 재미 요소다.
그 중에서도 팀 버튼의 영화와 앨리스 쿠퍼의 궁합은 단연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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